완주후기

외씨버선길 완주를 기념하며...

작성자 : 알밤 작성일 : 2019-05-13

신랑과 나의 고향은 경북 영덕입니다.

 

우연히 라디오 광고를 통해 알게 된 외씨버선길 소개에 고향 생각이 뭉클해진 둘은 이름도 아주 이쁜 '외씨버선길'을 둘이서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다시금 연애할때의 데이트 가는 기분으로 수원에서 15구간의 길을 걷기 위해 15차례나 오고다녔습니다.

 

지난 해 8월부터 스타트하게된 그 길이 어느새 완주의 뿌듯함으로 남아 몇 자 남겨 봅니다.

 

 

 

아무도 부정할수 없는 그 멋진 조망의 청송 주왕산에서부터 시작되는 1번길.

 

원래 등산을 좋아하는 전 신이나서 콧노래를 부르다 금은광이길에서 이내 오지의 트레킹이란걸 단박에 알아차리고 남은 길이 살짝 고민도 되었지요.

 

그러나 시작했으니 끝은 있어야 하고 남은 길에 대한 궁금함에 계속 진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완주한 지금의 시간에 돌이켜 보면 고향의 시골마을길 구석구석을 다녀볼수 있었던 좋은 기억인것 같습니다.

 

그렇게 얼떨결에 시작되었던 1번길의 다음 구간은 명절때랑 시간이 맞아서 딸도 동참해서 걸어보는 가족화합의 슬로시티길이 된 2번길이였습니다.

 

주산지의 모습을 축소시켜 둔듯한 감곡지의 풍경과 마을 전체 집 지붕마다 하나씩 걸쳐져 있던 태양광발전시설의 월전마을 모습이 강렬했던 3번길.

 

4번길의 두들마을은 언제라도 인근을 지나게 되면 잠시 들러서 차한잔하며 여유롭게 쉬어가고 싶은 아담하고 고요한 이쁜 마을이기에 다음엔 꼭 장계향디미방에서 식사 한끼 하고 싶은 곳이였습니다.

 

선바위관광지의 숲길이 부드럽게 이어지던 그 길 끝에서 향긋하게 취해보던 매화향기와 따사로운 햇살에 걷는 발걸음이 즐거웠던 5번길.

 

6번길은 영양시장에서 길의 방향을 잘못잡아서 알바도 하게 되고..

 

종점을 얼마 안 남겨두고 우거진 수풀탓에 또 다시 길을 못찾아 헤매이다 도착한 조지훈문학길.

 

안내 표식은 초행길인 탐방객들의 시선에서 보기 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길과 길이 이어지듯 우리의 트레킹이 원만하게 이어지도록 기도하며 영양연결길을 넘어 갔더랬습니다.

 

쉽지않았던 6번길의 보상이라도 해주는 듯 너무도 이뻤던 7번 치유의 길.

 

그 길은 일부러 단풍이 고운 가을에 맞춰서 그런지 정말 이뻤고 사랑하는 사람과 손 잡고 도란도란 걷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았습니다. 

 

청송과 영양의 수 많았던 사과밭을 추억속에 접으며 걸었던 봉화연결길의 끝에는 아기자기한 분천역의 산타 마을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오랜 걸음에 지칠때로 지쳐서도 아마 그 곳에선 누구나 다 동심의 순수한 아이얼굴로 환한 웃음이 지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맑은 공기와 숲의 시원함이 전해지던 8번 보부상길의 자작나무숲은 쓰러진 나무들이 많아서 왠지 안타깝고 마음이 편하도록 이쁜 길을 즐기지 못했던거 같아요.

 

춘양에서 만난 노란 때때옷의 어린 낙엽송 묘목이 무척이나 이뻤던 9번길.

 

금강송 숲길에 취해 정신없이 걷다 인증샷 구간을 지나쳐서 다시 되돌아가야 했던 그 기억에 지금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 집니다.

 

위풍당당 서 있는 박달령 고개비를 지나 담요처럼 푹신하게 깔려있던 낙엽들에 미끄러지며 즐거운 산행길을 마치고 들른 객주에서 마신 따끈한 커피 한잔에 피로가 다 풀리던 10번길.

 

산이 좋은 내가 질리고 질리도록 산길만 걸어본 11번의 마루금길.

 

우리차로 돌아갈 버스 시간대가 안 맞아서 거금 9만원의 택시비를 지불하며 시점인 상운사로 돌아가야만 했던 그 날의 고행은 지금도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시원한 물꼴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12번의 김삿갓문학길은 볕이 여전히 더웠던 9월에 걷기에 더없이 시원했고, 마을 주민들의 이름 하나하나 아로새긴 마을 안내 지도가 참 재미있고 정겨웠던 들모랭이 마을의 어르신들은  안내 지도만큼이나 정이 넘쳐나는 마을 이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13번 관풍헌가는길.

 

구간거리를 너무 길게 잡아서 마치 산행종주하듯 많은 시간이 걸린 피날레였습니다.

 

그 길고 목이 타는 고행의 길 옆에 언제나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걷는 신랑이 있었기에 발바닥이 화끈거리도록 걸어야 하는 임도길도, 산짐승의 발자욱만 남겨져 흔적만 희미한 오지의 길도  안전하게 모두 마칠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힘들면 쉬어가야함을 자연스레 알려준 그 길이 있었고 , 그 길위에 신랑과 저의 소중한 추억이 오롯히 남겨진 '외씨버선길'

 

두고두고 이야깃거리로 꺼내 볼수있는 귀한 선물로 간직하며 또 다른 건강을 찾아 떠나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