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후기

불편함이 편리함을 이기는 외씨버선길

작성자 : 산달림 작성일 : 2021-04-18

차를 타고가면 한시간이면 갈 거리를 걸어가면 삼사일이 걸린다. 도보여행은 빠름빠름을  요구하는 이 시대에 분명 효율적이고 능율적인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리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들 속에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것도 많지 않을까.

 

 

 

지금 우리는 인간이 하나의 생산도구로 전략하여 하나의 부품으로 살아가는 시대를 살고 있는건 아닐까. 마치 컨베어 벨트를 타고 생산되는 제품 같이 내가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생활이 지금 도시 생활인의 삶이다. 거기에 나는 없다. 노래에도 화음이 조화가 되어야하고 쉼표와 숨표가있어야 한다. 우리네 삶에도 멈춤이 필요한 이유다.

 

 

 

도보여행은 잃어버린 나를 찾아 가는 여정이다. 그런길로 외씨버선길은 좋은 길이다. 반세기도 넘는 그 시절 잊고 살았던 외갓집 가는 길과 많이도 닮았다. 길에서 만난 알밤이 그렇고 산다래가 그렇다. 으름도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이런 길을 혼자 걷다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한다. 혼자하는 여행은 성찰의 시간이라 한다. 도보여행이 끝날쯤엔 실타레 같이 얽힌 문제에 대한 답을 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묘한 마력이다.​ 나를 찾아 가는 길에 외씨버선길이 있다.

 

 

 

외씨버선길은 자주 숙소를 만나고 가게를 만나는 해파랑길과는 다르다. 마실 물은 물론 식사와 간식을 모두 챙겨서 걸어야 하는 길이 많다. 그 만큼 인적이 뜸한 길이다. 경북 북부지방의 오지인 BYC(봉화, 영양, 청송)을 지나고 강원도의 영월을 지난다. 마루금길과 봉화연결길은 사람도 만나기 힘든 구간이다. 그길에서 만나는 바람소리 물소리 산새소리가 나는 좋았고 이름모를 야생화가 곱게 보였다.

 

 

 

어느길 하나하나 좋지 않은 길이 있을까 마는 내가 의미를 부여하면 아름답지 않은길이 없다. ​청송지방은 주왕산과 덕천민속마을의 송소고택 그리고 객주문학관이 영양지방은 두들마을의 장계향 디비방과 고택들, 주실마을의 지훈문학관이 좋았고 봉화지방은 춘양목 솔향기길의 솔향은 오래 기억되었고 보부상의 애환이 베여 있는 그 길은 오래전 그들이 걸었을 길에서 보부상이 되어 보기도 했다. 영월지방은 김삿갓 문학관과 계곡 그리고 길론마을 오지길도 좋았다. 모든 길에는 사과향이 진하게 베여 있는 길이다.

 

 

 

길에서 서면 자꾸 오늘은 어디까지 걸어야지 하는 목표는 내려 두자. 길을 빠르게 걸은 것이 잘 걷는 도보여행자가 아니고 오래 길위에 있는 여행자가 가장 잘 걷는 여행자다. 앞만 보고 걷지 말고 옆도 보고 걷고 주변도 보면서 걷자. 더불어 '아는것만큼 느낀다.'고 했다. 미리 그 길에서 만나는 것에 대해 알고 가면 훨씬 알찬 여정이 될것 같다.

 

 

 

끝으로 이 고운길을 잘 유지 관리해 주시는 청송, 영양, 봉화, 영월객주에 계신 분과 경북 북부연구원에도 감사를 드린다. 특히 역코스로 걷는 길에 봄철 길 정비로 객주분을 만나지 못하고 마지막 청송객주에서 스템프를 받았는데 친절히 잘 찍어 주신 청송객주에 계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싸늘한 초봄 날씨에 찾아온 손님에게 따뜻한 커피와 외씨버선길 안내물은 아낌 없이 제공해 주시고 설명도 잘 해주셔서 청송의 따뜻한 정을 느낄수 있어 많이 감사했습니다.